
공익은 거창한 제도나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일상 속 갈등을 줄이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많아진 시대, 반려 문화는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공동체의 질서와 책임의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리본라인이 이번에 주목한 인물은 권혁필 대표다. 권 대표는 반려동물 행동 교육 전문기관 에듀펫을 이끌며 반려견 행동 교정과 보호자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방송에서는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로 얼굴을 알렸지만, 그가 더 오래 붙들어 온 주제는 훈련 자체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짖음과 공격성, 분리불안, 산책 예절, 보호자의 태도까지. 결국 반려견의 문제처럼 보이는 많은 장면 뒤에는 관계와 환경, 이해 부족의 문제가 함께 놓여 있다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반려견 교육을 넘어, 공존의 방식을 가르치는 사람
권혁필 대표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인하대학교에서 섬유신소재공학을 공부한 뒤, 원광대학교 대학원 동물매개심리치료학과에서 관련 공부를 이어갔고, 특수목적견 훈련 경험까지 쌓아 왔다. 이러한 배경은 그를 단순한 반려견 훈련사가 아니라, 행동 이해와 관계 조정, 현장 경험을 함께 갖춘 전문가로 보이게 한다.
그는 반려견의 행동을 눈앞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 행동이 왜 나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반복되는지, 보호자가 어떤 반응을 보여 왔는지까지 함께 보려 한다. 그래서 그의 활동은 반려견 행동 교정을 넘어, 결국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배우게 하는 일에 가깝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권 대표가 반려 문화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분명하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가족처럼 아끼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애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계속 생긴다. 산책 중 다른 사람과의 거리, 짖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분리불안이나 공격성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모두 공동체와 연결된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한 생명을 돌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이웃과 공간을 함께 쓰는 시민으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가 반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공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A | 권혁필 대표에게 듣는 반려 문화와 공익
Q. 대표님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흔히 개를 훈련시키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조율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분들은 짖음이나 공격성, 분리불안 같은 문제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시지만, 현장에 가보면 단순히 개만의 문제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 환경, 보호자의 반응, 반복된 습관, 소통 방식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제보다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Q.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다룰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같은 짖음이라도 이유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나오는지, 흥분 때문에 나오는지, 경계 행동인지에 따라 접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보이는 행동만 보고 바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반려견 행동 교정은 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먼저 상황을 읽고 반응을 조절하며 일관된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반려동물 교육이 공익과도 연결된다고 보시나요?
분명히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려견의 행동 문제는 집 안의 불편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심해지면 이웃 갈등이 되고, 안전 문제가 되고, 때로는 유기나 파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교육과 이해가 있으면 갈등을 줄이고 생명을 더 오래 책임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반려동물 교육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공동체의 안전을 높이는 일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보호자를 바꾸는 일이 결국 문화를 바꾼다
권혁필 대표의 시선은 늘 보호자에게도 향한다. 반려견 행동 교정은 반려견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태도와 반응을 함께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제 행동 뒤에 놓인 맥락을 읽지 못하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고, 반대로 보호자가 먼저 배우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그의 활동은 단순한 훈련 기술 전달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반려견을 더 잘 통제하는 법보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 질서 안에는 반려견의 행복만이 아니라 보호자의 안정, 이웃과 공동체의 안전까지 함께 들어 있다.
“방송은 계기일 뿐, 문화를 바꾸는 건 결국 일상입니다”
요즘 방송 출연으로 바쁜 일정을 이어가는 권혁필 대표에게는 이런 질문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Q. 요즘 TV 출연으로 많이 바쁘실 텐데요. 주변에서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가끔은 실감합니다. 산책하다가 알아봐 주시거나 TV에서 봤다고 반갑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 순간은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방송은 많은 분들에게 반려견 문제를 알기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창구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합니다.
다만 인지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을 본 뒤 보호자들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혼내는 것보다 이해가 먼저라는 점, 문제 행동 뒤에는 맥락이 있다는 점, 제대로 배우는 것이 결국 함께 살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이 조금씩 퍼져 나간다면 그게 더 큰 의미라고 봅니다.
Q.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것과 실제로 반려 문화가 성숙해지는 것은 다를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방송은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국 일상 속 반복입니다. 한 번 보고 감동하는 것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산책 방식 하나를 바꾸고, 반응 하나를 바꾸고, 기다림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이 쌓여야 반려 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은 멀리 있지 않다
권혁필 대표의 활동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반려동물 문제를 단순히 통제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이해와 관계, 책임 있는 공존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에 있다. 반려견 한 마리의 행동을 고치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보호자의 태도를 바꾸고, 갈등을 줄이고, 더 안전한 공존의 방식을 사회에 퍼뜨리는 일에 가깝다.
공익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람과 동물이 덜 오해하고, 덜 다치고, 더 건강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역시 충분히 공익의 영역이다. 리본라인의 [공익을 잇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기록하는 자리다. 단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워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성숙해져야 하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기록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일. 그것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관계를 배우게 하고, 책임을 익히게 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생각하게 만든다. 권혁필 대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익을 잇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