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하대원동서 온열질환 위험에 놓인 50대 남성 구조…한 시간 설득 끝에 가족 연락 동의, 여수 친형과 극적 상봉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거리에서 한 남성의 몸 상태를 살핀 경찰의 대응이 30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가족의 상봉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현장 보호에 그치지 않고 젖은 수건으로 체온을 낮추고, 대화를 이어가며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설득한 경찰관들의 세심한 조치가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시간을 다시 연결했다.
성남중원경찰서(서장 임동호)에 따르면 지난 8월 6일, 경찰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의 한 노상에서 무더위에 지쳐 울고 있던 강모 씨(57)를 발견했다.
당시 강씨의 몸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최초 출동자인 도촌파출소 손성욱 경사는 물에 적신 수건으로 강씨의 열을 식히는 한편, 의식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말을 걸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실종자로 확인됐다.
손 경사는 강씨에게 가족과 연락해 보자고 권했지만, 오랜 세월 가족 곁을 떠나 살아온 강씨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찰은 서두르거나 강요하지 않고 약 한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갔고, 강씨는 마침내 가족에게 연락하는 데 동의했다.

“정말 살아 있는 것이 맞느냐”…여수에서 5시간 만에 달려온 형
경찰 설명에 따르면 강씨는 선천성 소아마비를 앓아왔으며, 치료비 등으로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30년 전 고향인 여수를 떠난 뒤 연락을 끊었다.
이후 부산 등지에서 생활하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성남으로 올라와 중원구 일대에서 약 6년 동안 일정한 거처 없이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로부터 동생의 소식을 들은 친형 강모 씨(61)는 처음에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말 살아 있는 것이 맞느냐. 당장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한 뒤 여수에서 출발해 약 5시간 만에 도촌파출소에 도착했다.
30년 만에 마주한 형제는 많은 말을 나누지 못했다. 형은 동생을 말없이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동생을 여수로 데려가 함께 잘 살아보겠다며 경찰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파출소를 떠났다.
함께 출동한 모성갑 경사는 “무더위 속에서 온열질환 위험에 놓인 분이 안정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30년 만의 가족 상봉으로 이어져 가슴이 먹먹했다”며 “앞으로도 기본 근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에서 관계 회복까지…한 사람을 끝까지 살핀 현장 대응
이번 일은 폭염 속 시민 한 명을 발견하고 보호한 구조 사례인 동시에, 오래 끊겨 있던 가족 관계를 다시 연결한 공익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젖은 수건으로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 의식이 흐려지지 않도록 이어간 대화, 가족에게 연락할 마음을 낼 때까지 기다린 한 시간의 설득은 모두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치들이 모여 한 사람을 위험에서 구했고, 30년 동안 서로의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에게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이번 상봉이 한 번의 따뜻한 미담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강씨가 가족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의료·주거·복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후속 지원도 중요하다.
폭염은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돌봄 관계가 끊긴 사람에게 더욱 가혹하다. 위기에 놓인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그의 사정과 선택을 존중하며 끝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것. 이번 30년 만의 가족 상봉은 공공의 안전망이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 현장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