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처럼 숨고, SNS로 퍼지고, 아이들이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변하고 있다

마약 문제가 더 이상 유흥가나 일부 성인의 일탈에 머물지 않고 있다. 최근 드러나는 가장 위험한 변화는 마약이 청소년의 일상과 또래 관계, 온라인 문화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만 놓고 보면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10대 마약류 사범은 2023년 1,477명까지 급증한 뒤 2024년 649명으로 감소했고, 2025년에는 674명으로 다시 3.9% 증가했다. 따라서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인 흐름과 최근 마약의 형태를 함께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5년 전체 마약류 사범 2만3,403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62%를 넘었다. 더구나 2026년 1∼6월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456명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이는 2025년 연간 2.9%보다 높아진 비중이다. 올해 7월까지 마약 밀수로 적발된 10대 이하도 16명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10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단순히 ‘몇 명이 적발됐느냐’가 아니다.
어떤 마약을, 어떤 방식으로, 왜 10대가 접하고 있는가가 달라지고 있다.
전자담배가 마약의 위장막이 됐다
현재 가장 눈여겨봐야 할 물질은 합성대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올해 6월 공개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감정 종수는 14만775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압수품 가운데 여전히 필로폰인 메트암페타민이 52.7%로 가장 많았지만, 신종 마약류가 무려 31.5%를 차지했다.
그중 합성대마류가 15.1%, 케타민이 10.6%였다.
특히 충격적인 수치는 10대에서 나왔다. 10대 합성대마 남용 사례가 364건으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았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액상형 합성대마가 속칭 ‘브액’ 등으로 불린다. 일반 전자담배 카트리지와 외형이 비슷해 주변 사람이 보기에도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국과수 역시 이러한 형태가 투약의 편의성과 낮은 심리적 진입장벽 때문에 청소년의 초기 마약 유입 통로가 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것이 과거의 청소년 마약과 다른 점이다.
아이들이 주사기를 들고 은밀한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전자담배처럼 보이는 물건 하나가 마약 투약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청소년 마약 문제는 흡연·전자담배 문제와 분리해서 접근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합성대마에서 케타민·신종 환각제까지
마약 종류도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국과수 분석에서는 합성대마뿐 아니라 케타민이 신종 마약류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케타민과 비슷한 환각 작용을 하는 PCP 계열의 새로운 변종 물질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여러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혼합 투약’이다.
국과수는 합성대마 여러 종류를 함께 사용하거나 MDMA, 케타민, 신종 PCP 계열 약물을 동시에 투약하다 복합 독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메트암페타민 중독 사망만 33건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국내 마약 시장의 또 다른 변화까지 포착됐다.
지난 9월 국과수는 압수물에서 합성대마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신종 제조 중간체 2종을 확인했다. 당국은 이를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는 수준을 넘어 국내에서 합성마약을 직접 제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 흐름이 청소년 시장과 결합한다면 문제의 양상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공급량과 종류가 늘어나고 가격과 접근성이 낮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호기심과 또래 영향에 민감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위험, ‘공부약·다이어트약·수면제’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합성대마와 필로폰만으로 바라봐서도 안 된다.
또 다른 통로는 의료용 마약류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 가운데 5.2%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조사 대상 마약류를 비의료 목적으로 한 번 이상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불법 마약 투약 적발률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처방약을 치료 목적 이외에 사용한 경험까지 포함한 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마약류가 반드시 ‘범죄조직이 파는 정체불명의 가루’로 처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 ‘살 빠지는 약’, ‘잠 오는 약’이라는 이름으로 마약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펜타닐에 이어 메틸페니데이트, 식욕억제제, 졸피뎀,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처방 전 투약내역 확인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오남용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
즉 지금의 10대 마약 문제에는 두 개의 문이 존재한다.
한쪽에는 합성대마·케타민·MDMA 같은 불법·신종 마약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부·다이어트·수면이라는 명분으로 오남용될 수 있는 의료용 마약류가 있다.
마약상은 골목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다
유통 방식의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 지역 청소년 마약류 사범 수사기록을 분석한 자료에서는 82.7%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마약류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온라인 마약류 사범 비중은 2021년 24.0%에서 2025년 40.0%, 2026년 1∼4월에는 42.0%까지 높아졌다.
과거에는 마약 판매자를 알아야 마약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된다.
SNS에서 은어를 검색하고 메신저로 판매자와 접촉한 뒤 가상자산으로 돈을 보내고 특정 장소에 숨겨 놓은 물건을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결합한다.
청소년에게 가장 익숙한 기술과 플랫폼이 마약 유통망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학교 주변을 순찰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마약 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다.
가장 무서운 변화는 ‘친구가 공급자가 되는 것’
청소년 마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또래 전파다.
최근 취재된 청소년 마약 경험자들의 사례에서는 친구·선후배·연인 등 가까운 관계를 통해 처음 약물을 접했다는 증언이 반복된다.
청소년기는 소속감과 또래 평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한 번 해봐”, “다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이 성인보다 훨씬 강한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게임 채팅이나 SNS에서 알게 된 사람, 공연이나 클럽에 초대한 선배가 실제 투약으로 연결시키는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마약은 이런 점에서 감염병과 비슷한 속성을 갖는다.
한 명의 중독자가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친구에게 권하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학교나 지역 또래집단 안에 작은 마약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피해자가 어느 순간 판매자가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독된 청소년이 단순 소비자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약을 계속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최근 현장의 상담 사례에서는 판매자가 청소년에게 “마약을 여러 개 판매하면 일부를 약으로 주겠다”는 방식으로 운반과 판매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 청소년은 마약 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이나 도박 등 다른 범죄에 연루되고, 여성 청소년은 마약을 매개로 성 착취나 성매매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 마약의 사회적 비용은 단순한 중독 치료비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마약은 한 아이에게서 시작해
중독 → 학업 중단 → 가정 해체 → 절도·사기·도박 → 마약 운반·판매 → 성 착취 → 재범
으로 이어지는 범죄 생태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한 사람의 중독 문제가 여러 종류의 사회문제로 증폭되는 구조다.
적발보다 더 큰 문제는 ‘적발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마약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다.
마약을 판매한 사람도, 구입한 사람도 스스로 신고할 이유가 거의 없다. 따라서 검거 인원은 실제 사용자의 전부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찾아낸 일부에 가깝다.
특히 청소년은 부모와 학교가 문제를 발견하고도 낙인과 처벌을 우려해 숨기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숨기는 동안 치료 시기를 놓친다.
현재 치료 기반도 충분하지 않다.
2025년 12월 기준 보건복지부 지정 마약류 치료보호기관은 전국 32곳이었지만, 이 가운데 14개 기관은 그해 치료보호 환자를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실제 환자를 치료한 기관은 18곳이었으며 일부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고 있다. 전문의와 간호인력 부족 때문에 입원 병동 운영을 중단한 기관도 있다.
단속을 강화해 아이들을 찾아내더라도 정작 치료할 곳이 부족하다면 정책은 절반만 작동하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약은 나쁘다’는 교육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장 취재에서는 학생들이 매년 비슷한 영상과 내용을 반복해서 접하면서 예방교육을 사실상 ‘시간을 보내는 수업’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도 제기됐다.
교육부 고시에 따라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이 매년 예방교육을 받고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지도자료 사이에서도 상당 부분 유사한 설명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은 몸에 나쁘다.”
“마약을 하면 처벌받는다.”
10대가 이 사실을 몰라 마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훨씬 복잡하다.
친구가 전자담배를 건넸을 때 어떻게 거절할 것인가.
SNS에서 무료 공연을 보여준다며 접근하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친구가 먹는 ADHD 치료제를 시험기간에 한 알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상이나 젤리, 음료를 받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친구가 이미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 대응형 교육이 필요하다.
마약의 종류를 외우게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권유를 거절하는 방법’, ‘위험한 온라인 접근을 구별하는 방법’, ‘친구를 신고가 아닌 치료로 연결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와 역할극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학교만 교육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두 번째 변화는 부모와 교사 교육이다.
아이에게 마약 예방 영상을 보여주면서 정작 부모와 교사는 액상 합성대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최근 어떤 은어가 사용되는지, 의료용 마약류가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는지 모른다면 조기 발견은 어렵다.
평소와 달리 갑작스럽게 수면 패턴이 바뀌거나, 이유 없이 큰돈을 쓰거나, 가상자산 송금이 늘거나, 새로운 전자담배 카트리지가 반복해서 발견되거나, 인간관계가 급격하게 바뀌는 등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두 마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위험 신호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비난보다 대화와 전문 상담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에게 예방교육을 하는 것만큼 ‘어른에게 발견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온라인 마약시장’을 공급 단계에서 끊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만으로 공급을 막을 수는 없다.
SNS와 메신저에서 마약 판매 계정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판매자 계정·가상자산 지갑·던지기 위치·연락망을 연결해 유통조직 전체를 추적하는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을 운반책이나 판매책으로 모집하는 조직에는 단순 마약 판매보다 강력한 처벌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인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것과 미성년자를 의도적으로 중독시키고 유통망에 편입시키는 행위를 같은 수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네 번째는 처벌과 치료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마약을 판매하거나 다른 청소년에게 유통한 행위에는 분명한 법적 책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중독된 청소년을 처벌한 뒤 그대로 사회로 돌려보내는 방식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
초범 단계에서부터 중독 정도를 평가하고,
수사 → 의료진 평가 → 치료 → 심리상담 → 가족상담 → 학교·사회 복귀 → 장기 추적관리
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돼야 한다.
청소년 마약 문제의 목표는 ‘한 명을 더 잡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명이라도 다시 마약시장으로 돌아가지 않게 만드는 것까지가 국가의 대응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아직 국내 모든 청소년에게 마약이 보편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러나 “일부 문제 학생들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도 이미 늦었다.
합성대마가 전자담배의 모습으로 변했고, 판매자는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으며, 가상자산이 거래수단이 됐다. 친구가 첫 공급자가 되고 중독된 청소년이 다시 운반책과 판매자가 되는 구조까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합성마약 제조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10대 마약사범 숫자 하나가 아니다.
마약을 구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마약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이 특별한 사람들만 접하는 ‘낯선 범죄’에서 평범한 청소년도 스마트폰과 친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위험’으로 바뀌는 순간,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조기 개입이다.
단속은 공급망을 향해야 하고, 교육은 실제 상황을 가르쳐야 하며, 부모와 교사는 위험 신호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미 약물에 빠진 아이에게는 낙인보다 치료로 돌아올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청소년 마약을 막는 가장 좋은 시기는 중독된 뒤가 아니다.
첫 번째 카트리지를 건네받기 전, 첫 번째 알약을 나눠 먹기 전, 첫 번째 SNS 메시지에 답하기 전이다.
그 지점을 지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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