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브레이커 작업 계속되는데 현장 접근은 차단…대책위 “공개·협의 약속 어디로 갔나”
도로 침하·맨홀 파손까지 안전 우려 확산…이군수 의원, 행정사무감사 제기와 주민 보호 대책 마련 약속
[성남=리본라인 탐사보도팀] 공사를 중단하고 방음시설을 설치하겠다던 약속, 주민이 입회한 가운데 소음 저감 효과를 확인한 뒤 공사를 재개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 1월 28일 성남시와 공사 관계자들은 한신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이어지자 공사를 중단하고 방음설비를 구축한 뒤 주민 입회하에 소음 감축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2월 13일 진행된 시험에서는 새로 도입한 저감시설과 장비로도 기준을 넘나드는 소음이 확인되면서 공사 재개가 다시 미뤄졌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한신아파트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약속과 크게 다르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성남시박물관 전시동 건립 현장에서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마다 발파와 브레이커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 출입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해당 시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계자 외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시공사 측은 발파공사가 8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정이 끝나기 전에 피해 조사와 대책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지난 시간의 고통이 아무런 기록과 책임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멈춘 것은 공사가 아니라 약속이었나
한신아파트 소음·진동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수개월 동안 성남시청 앞 집회와 시공사 측과의 실무협의를 이어왔다.
대책위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시청 관계자나 지역 정치인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현장 공개, 소음 저감, 주민 입회 확인, 협의 지속 등 여러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나면 구체적인 이행 일정이나 결과가 전달되지 않았고, 같은 요구를 다시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관계기관이나 의원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그 자리가 끝나면 약속이 이행됐는지 확인할 자료조차 받기 어렵다”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문서와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문제를 성남시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법적으로 위반한 사항이 아니어서 강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 처분이 가능한지와 성남시가 발주기관으로서 약속 이행을 점검하고 주민 협의를 관리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위법 여부만 판단하고 협의 과정의 신뢰 훼손을 방치한다면 발주기관의 책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언제든 공개하겠다”던 현장, 이제는 문부터 잠겼다
현장 접근 문제는 시공사와 주민 사이의 신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민원이 제기되면 주민 대표들이 현장을 방문해 공사 상황과 저감시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출입문을 잠근 채 대책위원장과 집행부의 현장 확인 요구에도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해 일반인의 임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주민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현장을 개방하라는 요구도 아니다.
문제는 기존에 약속했던 대책위 대표의 입회 확인이나 사전 협의된 동행 점검까지 거부하고 있는지다. 안전을 이유로 출입을 제한한다면 성남시 공무원·감리단·주민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공식 현장점검 절차를 마련하면 된다. 출입문을 잠그는 것만으로는 주민이 제기한 의문에 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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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박물관 건립 공사장 출입문에 “해당 시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계자 외 출입을 제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책위는 현장 공개 약속 이후에도 주민 대표의 동행 점검이 거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체 측정값 최고 68dB…그런데도 ‘법적으로 문제없다’?
대책위가 제시한 세대 내 자체 측정 기록에는 브레이커 작업이 이어지는 동안 표시 수치가 40dB대에서 최고 68dB(A) 안팎까지 오르내린 상황이 담겼다. 주민들은 낮 동안 반복되는 타격음과 진동으로 대화와 휴식, 수면까지 방해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상 주거지역 공사장의 주간 기본 소음 규제기준은 65dB(A) 이하이다. 다만 특정 장비의 하루 작업시간이 3시간 이하이면 10dB, 3시간을 초과하고 6시간 이하이면 5dB이 보정될 수 있고, 발파소음에도 별도 보정이 적용된다. 측정 위치와 시간, 배경소음, 등가소음 평가 방식도 공정시험기준을 따라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생활소음·진동의 규제기준’
따라서 주민의 휴대용 기기에 순간적으로 68dB이 표시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법정 규제기준 위반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행정처분 요건을 충족하는 측정값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주민이 겪는 장시간의 반복 소음과 충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해진 위치에서 일정 시간 측정한 평균값만으로 처분 여부를 판단하는 사이, 세대 내부에서 하루 종일 반복되는 충격음과 순간적인 소음 상승은 행정 판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기준은 행정처분을 위한 최소선이지 주민 피해가 없다는 증명서가 아니다.
성남시는 단발성 측정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시간과 장소를 반영한 장시간 상시측정, 발파·브레이커 작업시간 공개, 원자료 제공,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3자 검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분쟁조정이나 소송하라”…해결 책임을 주민에게 넘기나
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측은 자신들은 관련 법을 준수하고 민원에도 대응하고 있다며, 불복할 경우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적 소송을 진행하라는 취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분쟁조정이나 소송은 주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성남시가 발주한 공사로 발생한 생활 피해를 해결하는 일까지 주민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들인 법적 절차에만 맡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를 줄이는 것은 현재의 책임이고, 소송은 피해가 발생한 뒤 책임을 가리는 사후 절차다. 두 절차가 서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추가 민원을 이유로 기존 협의까지 원점으로
협의 과정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가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추가 민원 세대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기존 대책위에 이들과 먼저 협의해 하나의 민원 창구로 통합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전 세대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취지의 요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피해 주민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협의에 참여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에 수개월 동안 진행해 온 협의의 이행 조건으로 ‘전 세대 동의’와 같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요구를 내세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책위는 어렵게 마련한 공식 실무회의에 사전 협의 없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와 관리사무소장, 추가 민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하면서 협의 의제와 대표성 논쟁이 벌어졌고, 정작 피해 대책에 관한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협의 대상자를 계속 늘리고 새로운 선행조건을 요구하는 방식이 기존 협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시공사와 성남시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덤프트럭 대기와 도로 파손…소음 민원이 안전 문제로 확산
주민들의 우려는 이제 발파와 브레이커 소음에 그치지 않는다.
대책위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한신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장시간 대기하거나 반복 운행하면서 소음과 매연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근 도로 곳곳에서는 아스팔트 파손과 침하, 맨홀 주변 손상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세이브존 광장 앞 도로에서는 파손된 맨홀에 차량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민 제보도 접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형 쇼핑시설과 주거지역이 맞닿아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덤프트럭 운행과 도로 파손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아파트 화단 침하와 균열 역시 공사로 인한 것인지 별도의 원인이 있는지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미루는 것과, 독립적인 조사를 거쳐 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성남시는 공사차량의 운행 경로와 적재하중, 도로 상태, 지반 침하 여부, 맨홀 안전성을 포함한 종합점검을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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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박물관 공사장 인근 도로 표면이 깊게 패이고 갈라진 모습. 대책위 관계자가 기프트카드봉투를 세워 파손 깊이를 가늠하고 있다. 도로 파손의 정확한 원인은 전문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담당자는 떠나고 감리 담당자는 바뀌었지만 공사는 계속됐다
대책위와 협의를 진행하던 성남시 담당자는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떠났다. 대책위는 기존 감리 담당자도 교체되고 새로운 담당자가 배정됐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8월 6일 현재 새 담당자로부터 공식 연락이나 협의 일정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민원과 약속까지 초기화될 수는 없다.
누가 담당하더라도 회의록과 약속 사항, 미이행 과제, 피해 자료가 인계돼야 한다. 새 담당자는 주민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없다면 인사이동은 행정의 연속성을 끊고 책임 소재를 흐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군수 의원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제 제기…가능한 모든 방안 강구”
2026년 8월 5일, 한신아파트 소음·진동 피해대책위원장과 해당 지역구 의원인 이군수 성남시의원은 성남시의회 사무실에서 약 1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원장은 지속되는 발파·브레이커 소음과 현장 접근 차단, 반복된 약속 불이행, 협의 조건 변경, 담당자 교체 이후의 소통 단절, 공사차량과 도로 안전 문제 등을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시공사와 관계기관의 대응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법적 처분 기준의 사각지대가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깊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향후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성남시의 현장 관리와 민원 대응, 시공사·감리단에 대한 감독, 약속 이행 여부를 따져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지역구 의원으로서 주민의 생활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약속 역시 발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위로나 선언이 아니라 행정사무감사 질의, 현장점검 일정, 측정자료 공개와 같은 확인 가능한 행동이다.
성남시와 시공사가 답해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이번 사안은 더 이상 “법을 위반했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끝낼 수 없다.
성남시와 시공사는 주민 앞에 다음 사항을 밝혀야 한다.
- 주민 입회 측정 후 공사를 재개하겠다던 지난 1월의 약속은 어떤 절차와 측정 결과를 근거로 변경됐는가.
- 주민대책위와 공식·실무회의에서 합의하거나 약속한 사항은 무엇이며, 현재까지 실제 이행된 내용은 무엇인가.
- 현장 공개 방침이 출입 제한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이며,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공식 동행 점검은 왜 마련되지 않았는가.
- 기존 대책위에 추가 민원인과의 통합 협의 및 전 세대 동의를 요구한 근거는 무엇인가.
- 8월 중 종료 예정이라는 발파공사의 정확한 일정과 브레이커 작업시간, 소음·진동 측정 원자료는 공개할 수 있는가.
- 공사차량 운행과 도로·맨홀 파손, 지반 침하 가능성에 대한 안전점검은 실시했는가.
- 담당 공무원과 감리 담당자 교체 과정에서 민원과 약속 사항이 어떻게 인계됐는가.
성남시박물관은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다. 그러나 공공시설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옆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무너뜨린다면 그 사업의 공익성은 다시 질문받을 수밖에 없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말만으로 주민에게 한 약속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긴 현장의 문보다 먼저 열려야 할 것은 성남시와 시공사의 책임 있는 답변이다. 리본라인은 행정사무감사와 후속 조치, 발파 종료 이후의 피해 조사와 보상 협의까지 계속 확인할 예정이다.
관련 보도
- 탐사보도 1탄|성남시 박물관 건립의 공익, 주민의 일상은 희생해도 되는가
- 탐사보도 2탄|공사 중단·방음설비 구축 후 주민 입회 측정 결정
- 탐사보도 3탄|소음 저감시설 설치 후 시험에서도 기준치 초과
※ 취재 투명성 고지: 리본라인 발행인 김민회는 한신아파트 소음·진동 피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리본라인은 이러한 이해관계를 독자에게 공개하며, 현장 자료와 회의 경과, 관계기관의 공식 답변을 토대로 후속 내용을 검증해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