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가동률 70.5%·운영평가 B등급으로 회복…필수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는 멈추지 않았다
태국 미등록 근로자 수술부터 재활·귀국까지…공공병원이 연결한 생명의 안전망
공공병원의 가치를 환자 수와 의료수입만으로 평가하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얼마나 많은 환자를 진료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할 뻔한 사람을 지켰는지, 수익성이 낮아도 응급실과 필수진료과를 유지했는지, 제도 밖에 놓인 환자를 다시 사회안전망 안으로 연결했는지는 손익계산서만으로 알기 어렵다.
충청남도 천안의료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역할을 맡아 왔다.

2026년 5월 말 기준 천안의료원의 입원환자는 2만852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외래환자는 9.2%, 의료수입은 6.7% 늘었다. 병상가동률은 58.3%에서 70.5%로 높아졌고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개선됐다.
이 수치는 천안의료원이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경영 회복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환자를 다시 불러들이고 진료기능을 회복하며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실제 지표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천안의료원은 올해 하반기 실질적인 운영자금 부족 규모가 약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도 늘었고 수입도 증가했는데 여전히 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천안의료원의 노력을 의심하게 하는 근거가 아니다.
오히려 공공병원이 감당하는 역할 가운데 일반적인 진료수입만으로는 충분히 보상받기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돌아보게 한다.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공익의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병상가동률과 의료수입이 개선됐다는 것은 천안의료원이 스스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공병원은 수익성이 높은 진료만 선택할 수 없다.
환자가 많지 않은 시간에도 응급실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산부인과와 필수진료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보험 사각지대 때문에 치료받기 어려운 환자를 지원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찾아가 진료와 간호를 제공해야 한다.
천안의료원은 올해 14억3000만원의 예산으로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과 방문진료, 가정간호 등을 포함한 18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원 측은 응급실과 산부인과 등을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연간 약 10억~1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응급실 문을 닫지 않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취약계층을 외면하지 않은 결과다.
공공병원의 재정에서 손실로 기록되는 일부 비용은 지역사회에서는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으로 남는다.
핵심 데이터|천안의료원이 보여준 회복과 공익의 역할
| 구분 | 공개된 수치 | 의미 |
|---|---|---|
| 입원환자 | 2만8527명 |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 |
| 외래환자 |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 | 지역 진료수요 회복 |
| 의료수입 |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 | 경영 회복 노력의 결과 |
| 병상가동률 | 70.5% | 기존 58.3%에서 12.2%p 상승 |
| 운영평가 | B등급 | 전년 C등급에서 개선 |
| 공공보건의료사업 | 18개 사업·14억3000만원 | 취약계층·방문진료·가정간호 등 |
| 필수의료 손실 | 연간 10억~15억원 | 의료원 추정 |
| 운영자금 부족 | 약 100억원 | 2026년 하반기 의료원 추정 |
※ 약 100억원은 확정된 당기순손실이나 공공의료사업 손실 총액이 아니라 천안의료원이 예상한 하반기 운영자금 부족 규모다.
한 사람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삶으로 돌아갈 길을 연결했다
천안의료원이 최근 지원한 태국 국적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사례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근로자는 지난 6월 뇌출혈로 쓰러져 민간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어려운 신분과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때문에 추가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천안의료원으로 옮겨진 뒤 수술과 집중치료, 재활치료가 진행됐다.
환자를 살리는 일은 수술실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천안의료원 의료사회복지사는 외국인근로자 의료지원사업과 민간 의료공제, 행정복지센터,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여러 기관의 지원을 연결했다. 이를 통해 의료비와 간병비 등 총 1500만원이 마련됐다.
치료를 마친 뒤에도 천안의료원의 역할은 계속됐다.
태국대사관과 협력해 임시여권을 발급받고 출국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지원했다. 환자는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천안의료원이 1500만원을 단독으로 지급한 것은 아니다. 여러 공공·민간 자원을 찾아 하나의 지원체계로 연결한 결과다.
그러나 바로 그 연결이 공공병원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찾고, 지원 자격을 확인하며, 의료와 복지·행정을 이어주는 일이다. 한 사람을 환자로만 보지 않고 치료 이후의 삶까지 살핀 것이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천안의료원의 가치는 단순히 수술을 시행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의료보장제도 밖에 있던 한 사람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했고, 재활을 마친 뒤 돌아갈 곳까지 연결했다는 데 있다.
공공병원의 선함은 개인의 희생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천안의료원 의료진과 의료사회복지사가 보여준 노력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칭찬만으로 응급실을 운영할 수는 없다.
격려만으로 의료진의 인건비와 의약품비를 지급할 수 없고, 선의만으로 방문진료와 가정간호, 취약계층 의료지원을 계속할 수도 없다.
공익의 지속가능성을 현장의 희생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공공병원에 취약계층을 외면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면, 그들을 치료하고 지원기관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응급환자를 지키라고 요구한다면, 응급실을 24시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장비의 비용을 병원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는 누군가의 헌신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헌신이 제도로 보상되지 않는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천안의료원의 운영자금 부족 문제를 바라보며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왜 공공병원이 돈을 벌지 못했는가”만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를 누가 대신 감당하고 있었는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지원은 적자를 덮는 돈이 아니라 공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
공공병원에 대한 재정지원은 무조건적인 적자 보전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
천안의료원이 수행한 응급의료와 취약계층 보호, 방문진료, 가정간호, 의료사회복지의 비용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맞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천안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사업별로 투입된 비용과 지원 실적, 지역사회에 미친 성과를 꾸준히 공개한다면 시민의 신뢰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충청남도와 정부는 그 자료를 토대로 병원이 실제 수행한 공공의료의 가치를 평가하고, 현장의 선의가 재정적 희생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특정 병원에 혜택을 주는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천안의료원에 맡긴 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는 일이다.
공공병원이 취약계층 환자를 치료하고도 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결국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다시 취약계층과 응급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좋은 의료를 계속 원한다면 좋은 의료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천안의료원이 지킨 것은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태국인 근로자가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의 선행만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의료진, 지원할 방법을 끝까지 찾아낸 의료사회복지사,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대사관이 하나의 안전망으로 연결된 결과다.
그 중심에서 천안의료원은 환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것이 공공병원이 지역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환자와 수입이 늘고 운영평가가 개선된 것은 천안의료원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자금 부족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병원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공익적 역할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공공병원을 평가할 때 “얼마나 벌었는가”만 물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지켰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천안의료원이 지킨 것은 태국인 근로자 한 사람의 생명만이 아니었다.
경제적 형편이나 국적, 제도 밖의 신분 때문에 누구도 치료에서 완전히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공공의료의 원칙이었다.
그 원칙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지기를 바란다면, 천안의료원의 선함을 칭찬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 선함이 희생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천안의료원과 충남도의회 업무보고 관련 공개자료, 천안의료원 공공보건의료사업 및 외국인 근로자 지원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약 100억원의 운영자금 부족액과 필수의료 분야 연간 10억~15억원의 손실은 천안의료원 측 추정치다. 태국인 근로자에게 지원된 1500만원은 천안의료원이 공공·민간 자원을 연계해 마련한 의료비와 간병비 지원 총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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