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취했을까”가 아니라 “누가 그의 선택과 통제권을 빼앗았는가”
김민회 저자, 스파이킹의 개념부터 ‘처음 30분’ 대응·증거보존·학교·축제·업소의 대응체계까지 한 권에
“두 잔을 마셨다. 그리고 몇 시간이 사라졌다.”
그저 술에 많이 취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나의 동의 없이 몸과 판단에 개입한 것일까.
우리 사회에는 아직 그 차이를 설명할 말조차 낯설다.
‘스파이킹(Spiking)’이라는 범죄를 국내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리는 책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가 출간됐다.
책의 부제는 ‘스파이킹: 동의 없이 몸과 판단을 빼앗는 범죄’다. ‘대한민국 최초, 스파이킹 범죄 전문서’를 전면에 내건 이 책은 스파이킹을 이른바 ‘물뽕’이나 ‘음료 마약’이라는 제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타인의 동의 없이 몸과 판단, 선택권에 개입하는 범죄라는 관점에서 다룬다.
특히 피해자에게 “왜 더 조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친구와 주변인, 학교와 대학, 축제와 업소, 의료기관과 수사기관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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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마약’을 넘어 우리가 몰랐던 범죄에 이름을 붙이다
스파이킹은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용어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기억상실이나 심한 어지럼증, 평소와 다른 취기와 행동 변화가 나타나도 단순 과음이나 개인의 실수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스파이킹이 이미 별도의 사회적 안전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스파이킹의 실제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기억상실, 신고 장벽, 증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해왔다. 영국 의회 역시 신고와 수사, 피해자 지원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는 바로 이 ‘이름 없는 위험’에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범죄의 이름을 알아야 피해를 개인의 실수로만 보지 않을 수 있고, 위험을 알아차려야 주변인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가’보다 ‘왜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었는가’, ‘왜 기억하지 못하는가’보다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처음 30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책은 범죄의 심각성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차별점 가운데 하나는 스파이킹이 의심되는 바로 그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5R’ 대응 원칙이다.
알아차리기(Recognize), 곁에 머물기(Remain), 도움에 연결하기(Reach), 사실 남기기(Record), 선택 존중하기(Respect).
평소와 다른 급격한 변화를 단순 취기로 넘기지 않고, 안전한 사람이나 전문기관에 연결될 때까지 혼자 두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본 사실과 시간을 추측 없이 기록하고, 무엇보다 피해 의심자를 비난하지 않은 채 가능한 선택을 설명해 결정권을 다시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원칙은 ‘범인이 누구인지’, ‘무슨 약물이 사용됐는지’를 먼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상태와 안전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은 응급상황에서 원인을 확인하려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개인의 조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를 단순 범죄예방 안내서와 구별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예방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총 5부에 걸쳐 스파이킹의 개념과 동의의 문제에서 출발해 피해가 오해되고 증거가 사라지는 구조를 짚고, ‘처음 30분’의 행동 기준을 거쳐 학교·대학·축제·업소·기관·국가가 갖춰야 할 대응체계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특히 학교에는 학생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예방교육을 끝내지 말 것을 요구한다.
축제와 행사에는 사고 이후에도 작동하는 대응 절차가 필요하고, 업소에는 직원 개인의 친절이나 선의에 의존하지 않는 안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료·수사·지원기관에는 피해자가 기관 사이를 홀로 이동하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연결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피해자가 막지 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누군가 타인의 선택과 통제권을 빼앗았는가?”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사회를 향한다.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반 독자부터 학교·축제·업소 실무자까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이론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반 독자는 스파이킹의 개념과 피해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대응 부분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학교·대학 교육 담당자는 교육과 현장 대응 부분을, 축제나 업소 관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장과 부록을 바로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따라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스파이킹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학생·학부모·교사·대학 관계자, 축제 및 행사 기획자, 업소 운영자와 종사자, 의료·수사·지원 분야 실무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책 곳곳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대응 기준과 부록도 수록됐다.
‘알고 끝나는 책’보다 필요한 순간 꺼내볼 수 있는 책에 가깝다.
해외 스파이킹 예방기업 공동대표도 추천
책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추천도 실렸다.
영국 Checkyourdrink Ltd의 공동소유주이자 디렉터인 Amanda Friend는 추천사를 통해 스파이킹 예방은 단순히 예방도구를 사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위험 신호와 주변인의 행동, 도움 요청 방법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이 한국에서 스파이킹을 정확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질문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사단법인 한국전문면접관협회 손원형 협회장은 스파이킹을 ‘동의와 존중의 부재’라는 윤리적 문제로 바라보며 개인의 주의를 넘어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안전 전문가인 이형복 (사)도시안전디자인센터 사무처장은 이 책을 “한 권의 안내서를 넘어 사회적 제안서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안전은 개인의 조심이 아니라 사회의 설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장에서 시작된 책… 김민회 저자 “스파이킹을 생활안전의 언어로”
저자 김민회는 약물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마약 및 스파이킹 범죄 예방교육과 인식개선 활동을 이어왔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대상 약물 오남용 예방과 범죄예방·안전교육을 진행했으며, 마약 및 스파이킹 범죄예방 캠페인과 미디어 봉사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현재 공익미디어 플랫폼 리본라인(RIBBON LINE) 대표이자 자원봉사단체 ‘공익을 잇는 사람들’ 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파이킹 범죄를 인식개선과 예방교육, 현장 대응, 피해자 지원까지 연결하는 사회적 안전 의제로 확산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더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스파이킹을 피해자의 부주의나 특정 약물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동의 없이 타인의 몸과 판단에 개입하는 범죄로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 순간을 발견했을 때 주변 사람이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의심하라는 책이 아니라, 누군가를 혼자 두지 말자는 책”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안전은 공포와 감시가 아니다.
모든 술잔을 의심하고 모든 사람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위험의 징후를 알고, 평소와 다른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혼자 두지 않으며, 필요한 의료·신고·지원체계까지 연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스파이킹이라는 하나의 범죄를 넘어선다.
안전은 피해자가 얼마나 조심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 주변과 사회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가에 의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나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는 지금까지 ‘그냥 취한 것’이라는 한마디 뒤에 숨어 있던 위험을 우리 사회의 언어로 끌어내는 첫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서 독자에게 한 가지를 부탁한다.
누군가를 의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혼자 두지 말자고.
도서 정보
도서명 《그날, 나는 취한 게 아니었다》
부제 스파이킹: 동의 없이 몸과 판단을 빼앗는 범죄
저자 김민회
발행처 리본라인
정가 28,000원
ISBN 979-11-221140-1-0
초판 1쇄 2026년 9월 14일
스파이킹 예방교육 nospiking.org
공익미디어 ribbonli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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