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종까지 넓어진 최신 조사망…‘4년 연속 감소’ 숫자 뒤에 가려진 마약 통계의 조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최신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에서는 분석 가능한 마약류가 243종까지 확대됐다.
조사 장소도 기존 하수처리장 중심에서 상위배수분구와 인구밀집지역으로 넓어졌고, 주말과 심야·새벽 시간대까지 살펴보도록 조사 방식이 정교해졌다.
그 결과 하수 시료에서는 중복을 제외하고 불법 마약류 31종이 확인됐다. 특히 합성칸나비노이드 계열이 21종으로 가장 많았고, 케타민 계열과 케치논계, 암페타민계, 코카인계 등 다양한 물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결과가 곧 “마약이 갑자기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지금까지 ‘마약 통계’라고 부르며 보고 있던 것은 얼마나 넓은 범위였을까.
그리고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1년 전 크게 보도됐던 한 숫자와 다시 만나게 된다.
당시 주요 언론에는 「생활하수 속 불법 마약류 성분 4년 연속 감소」라는 제목이 등장했다. 식약처 조사에서 주요 마약류 합계 사용추정량이 2020년 31.27㎎에서 2024년 15.89㎎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약 49% 감소였다.
그러나 최신 조사망이 243종까지 확대된 지금, 우리는 그 숫자에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여야 한다.
무엇이 줄었고, 당시에는 무엇을 보고 있지 못했는가.
이 기사는 ‘4년 연속 감소’라는 숫자가 틀렸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맞는 숫자가 어디까지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론이 통계를 보도할 때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까지 설명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절반 감소’의 중심에는 필로폰이 있었다
2020~2024년 5년 연속 조사된 34개 하수처리장의 상세자료를 보면 필로폰 사용추정량은 2020년 24.16㎎에서 2024년 9.86㎎으로 크게 감소했다.
MDMA 역시 1.71㎎에서 0.62㎎으로 줄었다.
반면 코카인은 2020년 0.37㎎에서 2024년 1.23㎎으로 높아졌다. 모든 마약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감소폭이다.
2020년에서 2024년 사이 주요 네 성분의 합계는 15.38㎎ 줄었다. 그중 필로폰 하나의 감소폭이 14.30㎎이었다.
단순 감소폭만 비교하면 전체 감소의 대부분을 필로폰 감소가 설명한다.
따라서 당시 통계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조사된 주요 마약류의 사용추정량이 감소했고, 특히 필로폰 감소가 전체 하락을 크게 이끌었다.”
정도가 적절하다.
이것과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14~22종에서 243종으로…‘보는 범위’가 달라졌다
최신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조사망 자체가 달라졌다.
2024년까지 분석 가능한 마약류는 조사연도와 방법에 따라 14~22종 수준이었다. 2025년 조사에서는 이를 243종 동시분석으로 확대했다. 채수 지역과 시간대, 채수 방식도 함께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마약이 갑자기 수십 배 늘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하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넓어진 조사망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마약 지형이 나타났다.
최신 조사에서 불법 마약류 31종 확인
2025년 하수 시료에서는 중복을 제외하고 불법 마약류 31종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합성칸나비노이드, 이른바 합성대마 계열이 21종으로 가장 많았다.
케타민 계열 3종, 케치논계 3종, 암페타민계 2종, 코카인계 1종, 벤조디아제핀계 1종도 확인됐다.
식약처 공식 발표에서는 불법 마약류 31종과 함께 의료용 마약류 25종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미지 설명: 최신 하수역학 조사에서 확인된 불법 마약류 31종을 계열별로 시각화했다.
이 결과를 두고 “마약이 몇 배 늘었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분석 대상과 조사방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과거의 제한된 분석대상에서 나타난 감소만을 근거로 “마약 문제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 다른 제목
당시 같은 식약처 자료를 두고 언론의 제목은 크게 달랐다.
한쪽에서는 ‘4년 연속 감소’가 제목이 됐다.
다른 언론에서는 특정 지역의 필로폰 사용추정량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자료다.
그런데 독자가 받아들이는 현실은 달라진다.
“그래도 줄고 있구나.”
혹은
“오히려 특정 지역은 더 심각한 것 아닌가.”
둘 다 같은 통계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인상이다.

여기서 특정 언론을 오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기사 본문에는 감소와 함께 위험요인도 담겨 있었다.
문제는 제목이 만드는 첫인상이다.
많은 독자는 기사 전체보다 포털 제목과 몇 줄의 요약을 먼저 본다.
그렇다면 언론의 책임은 단지 숫자를 틀리지 않는 데서 끝날 수 있을까.
하수에서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하수역학은 지역사회의 약물 사용 경향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모든 약물을 동일한 정확도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종 향정신성물질은 사용자가 적어 농도가 매우 낮을 수 있고, 어떤 물질은 체내 대사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고르기도 어렵다. 연구자들이 표적분석뿐 아니라 의심물질 탐색과 비표적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국내 연구에서도 95개 전통·신종 약물 표적분석과 추가 의심물질 탐색을 통해 기존 분석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물질들이 확인됐다.
GHB도 대표적인 사례다.
GHB가 물과 만나면 즉시 사라진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체내에서 매우 빠르게 대사되고, 투여량의 약 1~2% 정도만 원형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중 제거 반감기도 약 0.5~0.9시간으로 짧다.
즉,
“하수에서 검출되지 않았다”와 “사용되지 않았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언론이 설명해야 할 것은 숫자보다 ‘숫자의 조건’이다
‘4년 연속 감소’는 틀린 숫자가 아니다.
필로폰 사용추정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신 조사에서 정부는 분석범위를 243종까지 넓혔고, 불법 마약류 31종과 의료용 마약류 25종을 확인했다.
이 결과가 지난해 통계를 틀렸다고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통계가 당시의 조사망으로 볼 수 있었던 범위를 보여준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언론은 숫자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측정했는지, 무엇은 측정하지 못했는지, 조사방법이 이전과 같은지, 그리고 그 숫자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틀린 숫자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맞는 숫자 하나가 현실 전체인 것처럼 읽히는 순간이다.
지난해 우리는 ‘49% 감소’를 봤다.
올해는 또 다른 숫자를 봐야 한다.
14~22종 → 243종.
이 숫자는 마약이 열 배 넘게 늘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이제 더 넓은 범위를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의 “마약이 줄었다”는 기사 역시 지금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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