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의원 등 11인,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제출…현지 구조금·보험금 반영한 차등 지급 추진, 피해 사실 확인·보험 공제·긴급지원 기준이 입법 관건
해외여행이나 유학, 출장, 현지 체류 중 범죄로 목숨을 잃거나 중대한 신체 피해를 본 국민도 국가로부터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대식 의원 등 11인은 5일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범죄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의안번호는 제2220453호다.
개정안은 해외에서 범죄피해를 본 국민을 구조 대상에 포함하되, 피해 발생 국가의 법령에 따라 받은 구조금과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수령 여부 등을 고려해 지급 범위를 달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현재 발의 단계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실제 제도로 시행될 수 있다.
5일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의안 원문이 첨부되지 않아 보험금 공제 방식과 지급 한도, 신청 절차, 시행 시기 등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된 제안 이유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법안은 피해자의 국적과 피해 정도가 같더라도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따라 국가의 금전적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현행 제도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다만 해외 사건의 범죄피해 사실을 어떤 자료로 확인할지, 현지 정부의 구조금이나 여행자보험을 받은 경우 얼마를 감액할지,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뒤 해외에 있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당하면 지원, 해외에서는 원칙적으로 제외
현행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로 생명이나 신체에 피해를 입어 사망하거나 장해 또는 중상해를 입은 사람과 그 유족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범죄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발생했거나, 국외에 있는 대한민국 선박·항공기 안에서 발생한 생명·신체 범죄로 한정된다. 외국의 거리나 숙박시설, 사업장, 학교 등에서 발생한 범죄는 피해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범죄피해를 본 국민은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에 따라 현지 수사기관 신고 방법과 변호사·통역인 정보, 사건 처리 절차 등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영사조력은 정보 제공과 절차 안내 등 행정적 지원을 중심으로 하며, 국내 범죄피해구조금에 상응하는 금전적 지원 근거는 없다는 것이 법안의 제안 이유다.
해외여행 중 고의적인 폭행으로 중상해를 입거나 유학생, 주재원, 장기체류 국민이 강도나 혐오범죄 등으로 사망해도 범죄가 외국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내 범죄피해구조금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해외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피해를 국가가 보상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행 구조금은 단순한 절도나 사기 등 일반적인 재산 피해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해치는 범죄로 사망·장해·중상해가 발생한 경우를 중심으로 지급된다. 정당행위나 정당방위, 과실로 발생한 피해 등도 현행 구조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은 이 같은 기본적인 피해 범위를 유지하면서 범죄 발생 장소에 따른 제한을 완화하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개정안 핵심은 ‘국외에서 피해를 본 대한민국 국민’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범죄피해를 당한 경우를 별도의 구조대상 범죄피해로 규정하려 한다.
현재 제도와 개정안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현행 제도 | 개정안의 방향 |
|---|---|---|
| 범죄 발생 장소 | 국내 또는 국외의 대한민국 선박·항공기 |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범죄까지 확대 |
| 주요 피해 범위 | 생명·신체 범죄로 인한 사망·장해·중상해 | 기본적인 피해 범위를 유지하면서 장소 기준 확대 |
| 현지 구조금 | 일반적인 국외 피해가 구조 대상 밖 | 피해 발생 국가에서 받은 구조금 반영 |
| 민간보험금 | 국외 피해에 대한 별도 구조 규정 없음 |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수령 여부 반영 |
| 현재 상태 | 시행 중 | 2026년 8월 5일 발의 단계 |
개정안은 해외 피해자에게 국내 피해자와 무조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아니다.
피해가 발생한 국가의 법령에 따라 지급받은 구조금과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등을 고려해 구조금 지급 범위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 법안 제안자는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사건의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현지 정부와 보험회사, 대한민국 정부에서 동일한 손해에 대해 중복 지원을 받는 문제를 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된 법안 정보에는 현지 구조금이나 보험금을 전액 공제할지, 일정 비율만 반영할지, 어떤 종류의 보험금을 공제 대상으로 볼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가장 세밀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다.
여행자보험 가입자는 국가 구조금에서 불리해지나
해외여행보험과 장기체류보험에는 성격이 다른 보장이 함께 포함될 수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치료비와 병원 이송비 등 실제 지출액을 보전하는 실손형 담보가 있는 반면, 사망이나 후유장해 발생 때 계약상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담보도 있다.
피해자가 지출한 병원비를 돌려받은 경우와 스스로 보험료를 부담해 약정된 사망보험금을 받은 경우를 똑같이 취급하면 서로 다른 보험의 목적을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국가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달라지는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피해자가 보험료를 내고 받은 보험금을 이유로 국가 구조금을 전액 배제한다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가입하지 않은 사람보다 불리해지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민간보험금과 국가 구조금을 제한 없이 모두 지급하면 같은 손해에 대한 중복지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는 적어도 다음 항목을 구분해 감액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실제 치료비와 병원 이송비 등을 보전하는 실손형 보험금
- 사망이나 후유장해에 따라 지급되는 정액형 보험금
- 피해 발생 국가가 법률에 따라 지급한 범죄피해 구조금
- 가해자가 지급한 손해배상금이나 형사합의금
- 고용주나 학교, 국제기구 등이 별도로 지급한 지원금
법안이 밝힌 ‘차등 지급’이 공정하게 작동하려면 피해자가 돈을 받았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금전이 어떤 손해를 보전하고 어떤 목적으로 지급됐는지까지 구분해야 한다.
해외 범죄피해 사실은 어떤 자료로 확인하나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기록, 법원의 판결, 국내 의료기관의 진단서 등을 통해 범죄 발생 여부와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사건은 국가마다 수사제도와 공문서 형식, 범죄의 정의, 의료 증명 체계가 다르다.
현지 경찰에 신고한 기록만으로 구조금 심사를 시작할 수 있는지, 수사가 종결되거나 가해자가 기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법원의 확정판결이 필요한지에 따라 피해자가 지원받는 시점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법제도가 불안정한 국가나 내전·분쟁 지역, 한국과의 사법공조가 원활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피해자와 유족이 정해진 기간 안에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국외 범죄피해 지원체계 연구에서 재외공관이 현지 수사기관과 의료기관에 적극 협력해 범죄피해 사실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현지 형사절차를 점검하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지 경찰의 수사 종결이나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급을 미룬다면 범죄 직후 치료비와 장례비, 귀국비, 생계비가 필요한 피해자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최종 구조금 결정 전 일정 금액을 우선 지급하는 긴급구조 방식과 재외공관의 1차 확인서, 현지 경찰 신고서, 의료기관 진단서 등을 활용한 단계별 심사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법무부는 해외 확대에 신중…인권위는 재검토 요구
해외 범죄피해자 구조 문제는 이번 법안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 2월 21일 법무부 장관에게 해외에서 범죄피해를 본 국민에게도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과실범죄 피해자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피해자, 일정한 친족 간 범죄피해자 등의 구조 범위를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친족 간 범죄피해자와 합법적 체류자격을 보유한 외국인 피해자의 구조 범위 확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경찰력이 직접 미치기 어려워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고,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뒤 해외에 있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확대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인권위는 범죄피해자 구조제도가 국가의 범죄예방 책임뿐 아니라 사회보장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범죄 발생 장소만으로 국민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구분 없이 범죄피해로 고통받는 국민을 구조하는 것이 헌법상 범죄피해자구조청구권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원입법은 법무부가 제기한 사실 확인과 구상권 문제, 인권위가 강조한 피해자 보호 원칙을 국회가 다시 판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구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피해자의 지원 자체를 배제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지, 구상 가능성과 현지 보상 수준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하는 별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다.
국내 유족구조금 하한 약 8200만원…해외 적용은 아직 미정
정부는 2026년 3월 10일부터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범죄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구조금 기준을 높였다.
유족의 유형이나 인원에 따라 구조금을 지나치게 낮추던 감액 규정을 정비하면서 유족구조금 하한은 기존 약 1600만원에서 약 82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는 2026년 상반기 도시일용근로자 월평균임금 약 344만원의 24개월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해외 피해자에게 국내 유족과 동일하게 최소 8200만원이 지급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정안은 해외 피해에 대해서는 현지 구조금과 보험금 수령 여부,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지급 범위를 달리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향후 국회 심사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실질적인 보호장치가 되려면 지급 근거뿐 아니라 최소 지급액과 상한액, 감액 비율, 환율 적용 시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지에서 받은 구조금이 외화인 경우 신청일과 지급일, 피해 발생일 중 어느 시점의 환율을 적용할지 정해야 한다.
물가와 복지 수준이 크게 다른 국가에서 지급한 소액의 구조금을 국내 구조금에서 동일 금액만큼 공제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1451억원 규모 보호기금…비용 추계 공개해야
법무부가 공개한 2026년도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수입과 지출 규모는 각각 1451억42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범죄피해자 치료·자립 지원과 범죄피해구조금, 신변보호 등을 포함한 ‘강력범죄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예산은 484억4600만원으로 편성됐다.
해외 피해자가 추가될 경우 신청자가 얼마나 늘고 연간 구조금 지출이 어느 정도 증가할지는 현재 공개된 법안 요약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국회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근 일정 기간 해외에서 범죄로 사망·장해·중상해 피해를 본 국민의 수와 현지 보험·구조금 수령 비율, 예상 신청률, 평균 지급액을 포함한 비용 추계를 공개해야 한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보호 대상을 지나치게 좁히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정확한 추계 없이 법률을 시행한 뒤 기금 부족으로 심사나 지급이 늦어지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해외 피해자 지원을 기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부담할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할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발생 장소에 따른 공백’ 해소하려면 절차까지 설계해야
이번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민이 국경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피해 회복 안전망에서 완전히 제외돼야 하는지 묻는다는 점에서 공익적 의미가 있다.
다만 법안 발의 자체가 해외 범죄피해자의 구조금 수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적어도 다음 기준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첫째, 해외여행자와 유학생, 주재원, 장기체류 국민을 같은 기준으로 지원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둘째, 피해 당시와 신청 당시 가운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판단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현지 경찰 신고서와 수사 결과, 법원 판결, 의료기관 진단서, 재외공관 확인서 가운데 어떤 자료를 증거로 인정할지 규정해야 한다.
넷째, 여행자보험과 현지 구조금, 가해자의 손해배상금 등을 어떤 순서와 비율로 반영할지 공개해야 한다.
다섯째, 해외 수사 지연으로 신청기간을 넘기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간 연장이나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최종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 치료비와 장례비, 귀국비 등을 우선 지원하는 긴급구조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일곱째, 제도 시행 이후 국가별 신청·지급 건수와 불지급 사유, 평균 처리기간, 이의신청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경이 피해자의 고통까지 나눠서는 안 된다
범죄피해구조금은 범죄로 발생한 모든 손해를 국가가 대신 배상하는 제도가 아니다.
가해자로부터 충분한 배상을 받기 어렵거나 피해 회복이 지연되는 피해자와 유족이 최소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안전망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비슷한 수준의 생명·신체 피해를 입었는데도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했는지 해외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구조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행 제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해외 사건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심사 기준을 불투명하게 만들거나 민간보험에 가입한 피해자에게 일률적인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
이번 법안의 평가는 해외 피해자를 구조 대상에 포함했다는 선언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범죄 직후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가 복잡한 외국 서류와 장기간의 심사로 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피해 사실 확인과 긴급지원, 보험금 조정, 이의제기, 재원 마련을 하나의 절차로 설계해야 한다.
국경 밖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우되,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근거로 지급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그것이 이번 ‘국경 밖 피해자’ 구제법안이 넘어야 할 입법의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