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조 시즈닝서 모르핀·코데인 검출…판매·구매자 처벌 넘어 정부 위해정보와 플랫폼 차단망 연계 점검해야
해외에서 일반 식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도 국내에서는 반입과 유통이 금지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가 해외여행 기념품이나 중고거래를 통해 제품을 사고팔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약류 관리법 위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조미료 ‘에브리싱 벗 더 베이글 세서미 시즈닝 블렌드’가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거래를 차단했다고 4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해당 제품에서는 양귀비 씨앗과 함께 마약류 성분인 모르핀과 코데인이 검출됐다. 경찰은 이 제품이 국내 마약류 관리법 적용 대상에 해당해 판매자뿐 아니라 구매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더 확인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2024년 해당 제품을 특정해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위험 정보가 존재했음에도 약 2년 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면, 이번 사건은 일부 소비자의 부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공 위해정보 전달과 플랫폼 사전 차단 체계의 공백을 보여준다.
4천∼8천원에 거래…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조사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조미료는 해외여행 기념품 등으로 국내에 들어온 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65g 한 병당 약 4천∼8천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마포경찰서는 해당 제품을 사고판 사람들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일부는 제품에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모르고 거래했지만, 관련 내용을 인지한 뒤에도 판매를 시도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입건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의미이며, 고의성 여부와 구체적인 법적 책임은 개별 조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경찰의 요청을 받은 뒤 지난 7월 27일부터 관련 게시물을 일괄 비노출 처리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제품을 등록하려 할 경우 거래 제한 안내가 표시되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거래 게시물과 실제 거래 건수, 국내 유통량, 반입 경로, 지역별 확산 범위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미 거래가 완료된 구매자에게 개별 안내가 이뤄졌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게시물 차단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2024년 이미 같은 제품을 경고했다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공동 홍보물을 통해 트레이더 조의 해당 시즈닝을 미국 여행 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반입 차단 식품으로 소개했다.
제품에 양귀비 씨앗이 들어 있어 국내로 가져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기관이 브랜드와 제품 형태까지 공개했지만, 관련 정보는 해외여행객과 중고거래 이용자 전체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의 관련 관리도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식약처는 2017년 구매대행 수입식품 가운데 특정 파피씨드가 포함된 식품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 금지 검사 품목으로 안내했다.
그런데도 동일 제품이 여행자 휴대품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다시 개인 간 거래로 유통됐다.
이는 통관 단계의 차단 정보가 국내 유통 플랫폼의 등록 제한 시스템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았거나, 제품명 변형·한글 표기·사진 등록 등을 이용한 거래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검출’과 ‘인체 위해 수준’은 구분해야
모르핀과 코데인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두 성분은 국내 마약류 관리 체계에서 엄격하게 관리되며, 이를 함유한 혼합물질과 제제 역시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마약류의 소지·소유·수출입·매매 등을 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식약처 마약류 정보
다만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법률상 문제와 실제 섭취에 따른 건강 위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양귀비 씨앗 내부에는 오피오이드 알칼로이드가 거의 없거나 매우 적지만, 수확과 가공 과정에서 식물의 다른 부위에 있던 모르핀·코데인 등이 씨앗 표면에 옮겨질 수 있다. 검출 농도는 품종과 수확·세척·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 FDA 자료
이번 국과수 감정에서는 모르핀과 코데인의 검출 사실만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검출량과 1회 섭취 시 인체 위해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조미료를 한 번 먹는 것만으로 심각한 중독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거나 공포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국내 유통이 허용된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사안의 직접적인 핵심은 국과수 감정에서 마약류 성분이 확인된 제품이 국내에서 반입·판매·구매됐다는 법률적·관리적 문제다.
소비자 처벌만으로는 반복을 막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여행자가 기념품으로 가져오고, 남은 제품을 중고거래로 판매하는 일은 특별한 범죄 행위처럼 인식되기 어렵다.
제품 전면에는 일반 조미료처럼 보이는 이름과 디자인이 사용되고, 원재료의 ‘poppy seed’가 국내에서 어떤 규제를 받는지 한국어로 안내되지 않는다. 규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위험성을 스스로 알아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물론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거래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모르고 구매하거나 판매한 사람까지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을 줄이려면 처벌에 앞서 정보와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리본라인이 확인한 개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점검 영역 | 현재 확인된 조치 | 남은 공익 과제 |
|---|---|---|
| 통관 관리 | 양귀비 씨앗 함유 식품 반입 제한 | 여행 전·입국 단계에서 제품명과 사진을 활용한 안내 강화 |
| 정부 위해정보 | 식약처·관세청이 제품 위험성 공개 | 위해제품 정보를 플랫폼이 자동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연계 |
| 중고거래 차단 | 경찰 통보 후 게시물 비노출 | 등록 단계 사전 차단과 과거 거래 내역 재점검 |
| 구매자 보호 | 판매·구매자 수사 진행 | 선의의 보유자가 신고·반납할 수 있는 명확한 처리 절차 안내 |
| 사후 공개 | 제품명과 검출 성분 발표 | 거래량·회수량·검출 농도·유통 범위 공개 |
정부 위해정보와 플랫폼 차단목록을 연결해야
식품안전나라는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해외직구 제품을 공개하고 관계기관에 통관 차단을 요청하는 ‘해외직구 위해식품 차단 목록’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안전나라 차단 목록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정부 사이트를 별도로 검색해야 하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확인한 반입 금지·위해 제품 정보를 중고거래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데이터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역시 정확한 영문 제품명뿐 아니라 한글 표기, 줄임말, 철자 변형과 제품 사진까지 인식해 등록 단계에서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
차단 품목이 새롭게 확인됐을 때는 현재 게시물만 삭제할 것이 아니라 과거 거래 내역을 검색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직접 위험 정보를 전달하는 사후 통보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미 제품을 보유한 시민이 불이익을 우려해 숨기거나 일반쓰레기로 임의 폐기하지 않도록 신고·반납·폐기 절차를 정부가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트레이더 조의 ‘에브리싱 벗 더 베이글 세서미 시즈닝 블렌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추가로 섭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판매·증여해서는 안 된다.
제품을 임의로 개봉하거나 내용물을 버리기보다 112 또는 관할 경찰서에 먼저 연락해 처리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안전하다. 온라인에서 동일 제품의 판매 게시물을 발견하면 경찰 또는 식품 관련 불법행위 신고전화 1399로 신고할 수 있다.
해외에서 식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제품 뒷면의 ‘poppy seed’ 표기를 확인하고, 식품안전나라의 해외직구 위해식품 목록에서 국내 반입 가능 여부를 검색해야 한다. 통관 관련 문의는 관세청 상담센터 125를 이용할 수 있다.
처벌은 안전망의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해외 조미료 한 병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간 식품 규제가 다른 상황에서 정부가 보유한 위해정보가 소비자와 온라인 플랫폼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이미 위험성이 알려진 제품이 2년 뒤 중고거래망에서 다시 발견됐다면 단속 성과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차단되지 않은 경로가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시민이 모르고 금지제품을 사고팔아 수사 대상이 된 뒤에야 작동하는 체계는 충분한 예방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처벌은 안전망의 마지막 단계여야 한다. 정부와 플랫폼이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거래를 막아 평범한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 이후 마련돼야 할 공익적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