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부터 염좌·타박상 장기치료 때 전문의 검토…치료 자동 중단은 아니지만 심사 기준·처리기간·보험료 인하 효과 공개돼야
오는 9월 10일부터 교통사고로 염좌나 타박상을 입은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별도의 치료 필요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일부 장기 치료로 발생하는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반면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회복 속도를 8주라는 기간으로 구분할 경우 실제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8주가 지나면 치료가 일괄 중단된다’는 것이 아니라, 8주를 초과하는 치료의 필요성을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소속 전문 의료인이 추가로 검토하도록 한 데 있다.
그러나 심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새로운 행정 절차가 추가되는 만큼, 제도의 성패는 과잉진료를 얼마나 줄이는지만이 아니라 정당한 치료가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장되는지에 달려 있다.

9월 10일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으며,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자동차사고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 가운데 염좌와 타박상 환자다.
환자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계속하려면 진단서와 치료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보험회사나 자동차공제조합이 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보내 검토를 요청하면 전문 의료인이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해 환자와 보험사 또는 공제조합에 결과를 통보한다.
검토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환자는 전문 의료인이 다시 심의하도록 정부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공개한 주요 운영 방안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주요 내용 |
|---|---|
| 시행일 | 2026년 9월 10일 |
| 검토 대상 |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 중 염좌·타박상 환자 |
| 적용 기준 |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계속하려는 경우 |
| 검토 기관 |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
| 검토 인력 | 종합병원 경력 10년 이상 의과·한의과 전문의 약 200명 |
| 비용 부담 | 검토 서류 발급비와 결과 확정 전 치료비를 보험사·공제조합이 부담 |
| 예외 대상 |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아동 |
| 이의 제기 | 정부위원회에 재심의 신청 가능 |
국토부는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발생한 치료비와 검토가 지연될 경우의 치료비까지 보험회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아동은 별도의 검토 없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정부가 ‘8주’를 기준으로 정한 이유
정부는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약 90%가 사고 발생 후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작성·교부 지침에 제시된 최대 치료 종결기간 4주의 두 배 수준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경상환자는 2020년 146만 명에서 2024년 148만8000명으로 소폭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경상환자 치료비는 1조900억 원에서 1조4100억 원으로 늘었다. 치료비 증가율이 환자 수 증가율보다 빠르다는 것이 제도 개편의 주요 배경이다.
국토부는 불필요한 장기 치료와 보험금 지출을 줄이면 자동차보험의 재정 건전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험 가입자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8주 안에 치료를 마친다’는 통계와 ‘특정 환자에게 8주 이후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료적 판단은 동일하지 않다.
통계는 제도를 설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개별 환자의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사고 충격의 정도와 손상 부위, 연령, 기저질환, 직업, 회복 속도 등 개인별 차이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치료 종료가 아닌 ‘추가 심사’…현장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이번 제도는 8주 이후의 치료를 법적으로 일괄 금지하는 방식은 아니다.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8주’가 치료 종료를 유도하는 사실상의 기준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8주를 앞두고 합의를 권유하거나 치료 연장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경우,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고 조기에 합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염좌라도 손상 부위와 정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등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며 획일적인 기간 기준이 환자의 치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제도가 보험사의 조기 합의 종용이나 치료 중단 압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지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가 단순히 ‘치료비를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정당한 장기 치료와 불필요한 치료를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절차라는 사실을 실제 운영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심사위원 200명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 기준의 투명성
국토부는 종합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의과·한의과 전문의 약 200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전산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이후에는 분기마다 결과를 분석해 검토 대상과 심사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경력만으로 제도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진단명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 의과와 한의과 진료에 대한 판단 차이, 지역별 의료 접근성,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회복 특성도 심사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담당 의료인이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있어야 한다. 기준이 모호하면 의료기관마다 제출 서류가 달라지고 심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져 환자에게 새로운 행정 부담만 생길 수 있다.
보험금이 줄면 자동차보험료도 실제로 내려가나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이 감소해 보험 가입자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8월 4일 공개한 자료에는 제도 시행으로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 규모와 보험료 인하 폭, 인하 시기, 가입자에게 절감 효과를 돌려주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치료 심사를 강화해 보험사의 지출이 감소하더라도 그 효과가 보험료 인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행 이후 보험금 절감액뿐 아니라 절감된 비용이 실제 보험료 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시행 후 반드시 공개해야 할 다섯 가지 지표
리본라인은 제도 시행 이후 정부가 최소한 다음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8주 초과 치료 심사 신청 건수와 승인·불승인 비율이다.
둘째, 신청일부터 결과 통보까지 걸린 평균 기간과 최장 처리기간이다.
셋째, 이의신청 건수와 재심의를 통해 최초 결정이 변경된 비율이다.
넷째, 제도 시행 이후 치료 중단이나 조기 합의 종용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 건수다.
다섯째, 줄어든 보험금과 실제 자동차보험료 변동 사이의 관계다.
특히 성별과 연령, 상해 유형, 지역, 의과·한의과 진료 형태에 따라 승인율에 차이가 나타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정 환자나 특정 진료 분야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판단을 받는다면 심사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치료비 감소’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자동차보험의 보험사기와 과잉진료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문제다. 실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장기간 진료를 받거나 합의금을 높이기 위해 치료를 이용하는 행위는 차단돼야 한다.
동시에 교통사고 후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실제 피해자를 잠재적인 부정수급자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일부 부정수급자를 설명하며 ‘나이롱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표현이 장기간 치료받는 모든 환자에게 의심과 낙인을 씌우는 방식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제도가 성공했는지는 8주 이후 치료 환자가 얼마나 줄었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보험금은 줄이면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지연이나 중단 없이 치료받았는지,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절감된 비용이 보험료 인하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권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지킬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두 가치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투명한 심사 기준과 사후 검증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제도의 진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