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개 섬 진료 평균 월 1건 미만…올해 키오스크 154곳 설치 후 진료 72건, 장비 보급보다 이용·처방·후속치료 성과 공개가 먼저
섬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비대면 진료 사업이 올해 51억2700만원 규모로 확대됐다.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배편까지 제한적인 섬 지역에 새로운 진료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적다.
그러나 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14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실제 이용 실적과 주민 지원체계가 확대 규모를 뒷받침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일부 섬에서는 새로 설치된 키오스크가 포장 비닐조차 벗기지 않은 채 방치된 모습도 확인됐다.
질문은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가가 아니다. 51억원을 투입하는 현재의 방식이 섬 주민에게 가장 효과적인가다.

3억5000만원에서 51억2700만원으로
해양수산부의 ‘어복버스 비대면 의료·섬닥터’ 사업은 섬 주민이 화상으로 육지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수부는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유인도서 101곳과 어업인 1298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2025년 대상 지역을 약 200개 섬으로 확대했고, 올해는 공중보건의가 없는 전국 220개 유인도서에 원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비도 크게 늘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해수부 운영자료에 따르면 섬닥터 사업비는 2024년 2억8000만원, 2025년 3억5000만원에서 올해 51억27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약 18.3배,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14.6배 규모다.
올해 사업비는 국비 28억7700만원과 지방비 11억2500만원, 수협재단 부담금 11억2500만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키오스크 임차와 관리 등에 매년 9억77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섬 한 곳당 월평균 진료 0.97건
예산 확대의 타당성을 판단하려면 기기를 몇 대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주민이 얼마나 이용했고, 진료가 처방과 약 배송, 후속 치료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해수부의 ‘어복버스 비대면 섬닥터 운영 현황’을 보면 2024년에는 121개 섬에서 1771건의 진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회원 등록, 처방 발행, 실제 약 배송 건수 등은 별도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는 회원 등록과 진료가 각각 2315건, 처방 발행과 실제 약 배송은 각각 2151건으로 집계됐다. 대상 섬 200곳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섬당 연간 진료는 평균 11.6건이다. 월평균으로는 약 0.97건으로, 한 달에 한 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등록 건수와 진료 건수가 모두 2315건으로 동일한 만큼, 2315명이 각각 한 차례 진료를 받은 것인지 같은 주민의 반복 진료가 포함된 것인지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용자 수와 진료 횟수를 구분하지 않으면 사업이 실제로 몇 명의 의료 공백을 해소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올해 154곳 설치했지만 진료는 72건
올해는 스마트폰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고정형 키오스크 방식으로 사업이 전환됐다.
7월 30일 기준 키오스크가 설치된 곳은 154곳이지만 진료 건수는 7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진료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한 건씩 이뤄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82곳에서는 진료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올해 키오스크 설치가 6월 말부터 시작된 만큼 이 수치만으로 사업 전체의 성패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설치 직후 주민 등록과 교육, 의료기관 연결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남 남해군 노도 마을회관에 설치된 기기가 포장 비닐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었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사용 경험이나 이용 방법을 알지 못했다는 보도는 장비 설치와 실제 이용 사이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곳의 사례를 전체 섬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설치 완료를 사업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진료 한 번에 221만원’은 실제 진료비가 아니다
올해 총사업비 51억2700만원을 지난해 진료 실적 2315건으로 나누면 진료 한 건당 약 221만원이라는 값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2026년 전체 사업비를 2025년 진료 건수로 나눈 단순 비교값이다. 의사에게 지급된 진료비나 약값이 실제로 건당 221만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올해 예산에는 신규 장비 설치와 임차, 통신망, 시스템 운영, 관리인력 등 기반 구축 비용이 포함될 수 있고, 지난해와 올해의 사업 규모도 다르다. 따라서 이 수치만으로 예산 낭비를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이처럼 큰 금액이 나오는 이유 자체는 중요하다. 정부가 예산 확대의 효과를 설명하려면 전체 사업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장비 임차료, 시스템 운영비, 의료기관 지급비용, 약 배송비, 현장교육비 등을 세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병원선과 같은 섬에서 같은 질환 진료
섬 주민 의료를 지원하는 수단은 키오스크만이 아니다. 경남과 전남·광주, 충남, 인천 등에서는 의사와 진료실, 의약품 조제 공간을 갖춘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선 5척의 진료 실적은 실인원 기준 3만8853건, 운영예산 합계는 45억8551만원이었다. 올해 섬닥터 총사업비보다 약 5억4000만원 적은 규모다.
경남의 경우 섬닥터 대상 44개 섬 가운데 32곳에 병원선이 매달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섬닥터와 병원선 모두 고혈압과 고지혈증, 근골격계 질환 등 만성질환 관리를 주요 업무로 삼고 있어 대상 주민과 진료 내용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두 사업은 운영 방식과 진료 범위, 비용 집계 기준이 달라 단순히 어느 한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대면 진료는 기상악화로 배가 운항하지 못하거나 병원선 방문 사이에 갑자기 진료가 필요할 때 유용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제도가 실제로 연결돼 있느냐다. 병원선이 결항한 날 키오스크 진료로 전환되는지, 비대면 진료 기록을 다음 병원선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는지, 화면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면진료로 의뢰하는 체계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령 주민에게 사용 지원을 ‘봉사’로 맡길 수 있나
키오스크 방식은 주민이 회원 가입과 본인 확인, 예약, 화면 조작을 거쳐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섬에서는 기기 설치만으로 서비스가 작동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장비를 설치할 때 이장이나 통장 등 마을 대표를 관리자로 지정하고 사용 방법을 교육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의 등록과 예약, 기기 조작을 도와야 하는 관리 역할에 별도의 보상이 지급되지 않고 사실상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사업이라면 이용 지원 역시 사업비에 포함돼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키오스크를 제공한 뒤 주변 주민의 선의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장비 숫자가 아닌 ‘실제 치료 성과’
섬닥터 사업의 목적은 키오스크 보급이 아니라 의료 공백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최소한 다음 지표가 지역별로 공개돼야 한다.
회원 등록자 수와 실제 이용자 수를 구분하고, 신규 환자와 반복 진료 환자도 따로 집계해야 한다. 진료 건수뿐 아니라 처방 발행, 약 배송 완료, 대면진료 의뢰, 응급 이송과 후속 치료 결과까지 연결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이용이 없는 장비는 원인을 조사한 뒤 다른 섬으로 재배치하거나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병원선과 보건소, 육지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연계해 중복 진료를 줄이고 서로의 공백을 보완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업 평가에는 실제 이용하지 않은 주민의 의견도 포함돼야 한다. 이용자 만족도만 조사하면 기기를 사용하지 못했거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주민은 평가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섬 주민에게 비대면 진료는 필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목적이 큰 예산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51억원 확대의 성과는 설치된 키오스크 숫자가 아니라, 의료기관에 가지 못했던 주민 몇 명이 진료를 받고 필요한 약과 후속 치료까지 받았는지로 입증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