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마약, 투약에서 끝나지 않는다…유통·보이스피싱·도박·성착취까지 이어지는 범죄의 연결고리
‘마약’이라는 단어가 만드는 심리적 거리부터 줄여야…예방의 언어를 ‘일상 속 위험’으로 넓힐 때
“우리 아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청소년 마약 문제가 언급될 때 적지 않은 부모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일 수 있다. 마약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전히 조직범죄, 유흥가, 해외 밀수처럼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먼 장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청소년들이 마약과 만나는 방식은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마약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래의 권유, 온라인 채팅, 호기심,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 무료 제공을 가장한 유인처럼 청소년에게 익숙한 일상적 접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 번의 투약이 다시 약물을 구하기 위한 돈의 문제로 이어지고, 돈이 부족하면 판매나 운반에 참여하도록 유도된다. 마약을 매개로 보이스피싱·도박·성착취 같은 다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청소년 마약을 단순히 ‘약을 먹는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돈 없으면 10개 팔고 2개 가져가”…중독자를 판매자로 만드는 구조
연합뉴스의 ‘10대 마약의 덫’ 기획보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청소년을 마약 소비자에 머물게 하지 않는 유통 구조다.
보도에 소개된 상담 사례에서는 판매자가 약물을 살 돈이 없는 청소년에게 “10개를 팔면 2개를 투약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청소년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공짜’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약자를 판매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약물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판매를 하고, 판매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그 연결이 다시 투약과 범죄를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히 온라인 메신저와 비대면 거래가 결합하면서 청소년에게 범죄 조직의 실체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했거나 지정된 장소에 두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소비자와 운반자,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10대 마약 문제를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일탈’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숫자는 작아 보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대검찰청의 2026년 6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마약류 사범은 1만1,133명이다.
이 가운데 15세 미만은 33명, 15~18세는 289명, 19세는 134명이다.
19세 이하를 합하면 **456명으로 전체의 약 4.1%**다.
겉으로 숫자만 보면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청소년 비중이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약류 범죄는 거래와 투약 당사자가 모두 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다. 통계에 잡힌 숫자가 실제 규모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2026년 마약류 사범 연령별 현황(누계)
| 구분 | 15세 미만 | 15~18세 | 19세 | 20~29세 | 30~39세 | 40~49세 | 50~59세 | 60세 이상 | 미상 | 합계 |
|---|---|---|---|---|---|---|---|---|---|---|
| 사범수 | 33 (0.3%) | 289 (2.6%) | 134 (1.2%) | 2,970 (26.7%) | 3,456 (31.0%) | 1,925 (17.3%) | 1,175 (10.6%) | 819 (7.4%) | 332 (3.0%) | 11,133 (100%) |
| 대마 | 0 (0.0%) | 16 (1.3%) | 6 (0.5%) | 331 (25.9%) | 446 (35.0%) | 206 (16.1%) | 89 (7.0%) | 85 (6.7%) | 97 (7.6%) | 1,276 |
| 마약 | 3 (0.5%) | 16 (2.7%) | 8 (1.4%) | 92 (15.8%) | 94 (16.2%) | 48 (8.2%) | 59 (10.1%) | 214 (36.8%) | 48 (8.2%) | 582 |
| 향정 | 30 (0.3%) | 257 (2.8%) | 120 (1.3%) | 2,547 (27.5%) | 2,916 (31.4%) | 1,671 (18.0%) | 1,027 (11.1%) | 520 (5.6%) | 187 (2.0%) | 9,275 |
자료: 대검찰청 2026년 6월 마약류 월간동향. 괄호 안은 각 분류별 구성비(%).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접한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투약하거나, 범죄라고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전달·보관·판매에 가담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적발된 청소년이 몇 명인가”만으로 위험의 크기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질문은 ‘몇 명을 잡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아이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다.
가장 위험한 말, “우리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다”
청소년 마약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벽은 부모와 사회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심리적 거리다.
“우리 아이는 술도 안 마신다.”
“우리 동네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마약을 할 정도로 문제 있는 아이가 아니다.”
이런 말은 부모의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예방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자기암시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범죄는 반드시 어두운 골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화면 안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친구의 메시지 한 줄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한 번만’, ‘이건 마약이 아니다’, ‘잠이 잘 온다’, ‘살이 빠진다’, ‘집중이 잘 된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말로 포장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가 ‘마약을 찾는가’를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아이에게 접근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거래와 부탁이 오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마약 예방이 생활교육과 디지털 범죄 예방교육으로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마약’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문제를 멀리 보이게 할 때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거의 언제나 ‘마약’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법률과 수사, 치료의 영역에서는 당연히 정확한 용어가 필요하다. 마약류라는 표현을 없애거나 흐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예방교육의 언어까지 ‘마약’ 하나에만 머물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실제로 위험이 다가오는 순간에는 ‘마약’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이 건넨 물질일 수도 있고, 친구가 권한 알약일 수도 있다. 성분을 모르는 전자담배나 액상,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약, 기분이 좋아진다는 물질, 무료 체험처럼 포장된 제안일 수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 예방정책에서는 보다 넓은 개념이 필요하다.
‘마약을 하지 마라’에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과 물질, 온라인을 통한 유인, 무료 제공, 운반 아르바이트, 비정상적인 거래와 협박까지 하나의 위험 구조로 설명해야 한다.
마약 예방을 ‘특정 약물에 대한 교육’에서 ‘청소년을 노리는 약물·유인·착취 범죄에 대한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접근하면 마약은 더 이상 특별한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범죄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는 ‘일상 침투형 범죄’로 보이기 시작한다.
처벌보다 먼저 작동해야 하는 것은 발견이다
청소년이 이미 투약하고 판매와 운반에 가담한 뒤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범죄망에 들어가기 전에 발견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약물의 종류보다 실제 접근 방식과 유인 문구를 가르쳐야 하고, 부모는 ‘우리 아이는 아니다’라는 확신보다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과 가장 가까운 또래 역시 위험 신호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투약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무조건 ‘마약사범’이라는 낙인 속에 밀어 넣기보다, 어느 지점에서 범죄망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끊어낼 수 있는 치료·상담·보호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마약 문제에서 가장 비싼 대응은 늦게 발견하는 것이다.
중독 이후의 치료, 범죄 이후의 수사, 성착취 이후의 구조보다 훨씬 앞선 지점에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약의 반대말은 ‘처벌’이 아니라 ‘관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통계 속 숫자만이 아니다.
“설마 내 아이에게까지 오겠어.”
바로 그 생각이다.
마약을 아주 특별하고 먼 세계의 범죄로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들을 놓치게 된다.
10대 마약 문제를 제대로 막으려면 먼저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마약이라는 단어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그 단어 뒤에 가려져 있던 온라인 유인, 약물 노출, 운반과 판매, 경제적 착취, 성범죄와 다른 2차 범죄까지 한꺼번에 바라보자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마약을 하지 마라”는 한 문장이 아니라,
어떤 제안이 위험한지 알아보는 힘, 위험한 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줄 어른과 사회가 있다는 확신이다.
10대 마약의 덫은 거창한 곳에만 놓여 있지 않다.
친구의 한마디, 스마트폰 속 메시지, 무료라는 유혹, 쉬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처럼 너무 평범한 얼굴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아이가 마약을 할까?”가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위험이 어떤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서 예방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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