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하와이 이민 공동체에서 시작…2024년 UMC 총회 최고 역사유산 지정
신앙 공간 넘어 한인 이민·교육·독립운동의 기억 보존한 공동체 역사 인정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Christ United Methodist Church)가 미국연합감리교회(UMC)의 대표적인 역사유산인 ‘Heritage Landmark’로 공식 기념됐다.

단순히 오래된 교회 건축물이 보존 대상이 된 것이 아니다. 낯선 땅에 정착한 초기 한인들이 서로를 돌보고 공동체를 만들었던 공간이자, 교육과 정보 교류, 민족의 독립을 향한 움직임까지 이어졌던 123년의 기억이 교단 전체가 보존해야 할 역사로 인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와이 그리스도교회는 지난 9월 9일 교회 본당에서 Heritage Landmark 지정 기념예배와 공식 증서 전달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한의준 담임목사를 비롯해 하와이 지역 교계 인사들과 미국연합감리교회 총회 역사보존위원회(General Commission on Archives and History·GCAH)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예배에서 하와이 지방회 감리사 톰 최 목사는 ‘Singing the Lord’s Song’을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타국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면서도 신앙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어온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를 되짚었다.

1903년 시작된 작은 공동체가 세계 감리교 역사의 일부로
하와이 그리스도교회의 역사는 한국인의 본격적인 하와이 이민이 시작된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MC 공식 역사자료에 따르면 1903년 하와이에 도착한 초기 한인 이민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감리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사탕수수 농장의 고된 노동과 언어·문화적 장벽 속에서도 예배 공동체를 만들었다.
같은 해 호놀룰루에는 한인들을 위한 감리교 선교 공동체가 조직됐고, 1905년 정식 교회로 인정받아 ‘Honolulu Korean Methodist Church’로 발전했다. 오늘날의 Christ United Methodist Church로 이어지는 역사다.
UMC는 이 교회를 미국과 당시 미국 영토에서 설립된 최초의 한인 감리교회이자 한국 밖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감리교회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회의 역사적 의미는 ‘최초’라는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초기 한인들에게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장소인 동시에 낯선 사회에서 서로의 생활을 돕고 정보를 나누는 공동체였다. 한국어와 문화를 이어가는 교육 공간이었으며,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고국의 현실을 공유하고 독립에 대한 뜻을 모으는 장소의 역할도 했다.
한인 이민사의 한 장면과 교회의 역사가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Historic Site 540에서 Heritage Landmark까지
그리스도교회는 이미 2018년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를 통해 UMC Historic Site 540번으로 등록됐다.
Historic Site가 지역 또는 연회 차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라면 Heritage Landmark는 기준이 한층 엄격하다.
UMC 총회 역사보존위원회에 따르면 Heritage Landmark는 특정 지역을 넘어 미국연합감리교회와 그 전신 교단 전체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발전·인물과 직접 연결된 장소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기존 UMC Historic Site 가운데 심사를 거쳐 후보가 선정되며, 총회 역사보존위원회의 검토와 추천을 거쳐 UMC 최고 의결기관인 General Conference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교회는 이 과정을 거쳐 2024년 4월 30일 열린 UMC 총회에서 Heritage Landmark로 최종 승인됐다.
당시 총회가 새롭게 지정한 Heritage Landmark는 하와이 그리스도교회를 포함해 5곳이었다. 신규 지정 후 UMC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Heritage Landmark는 모두 54곳이다.
그만큼 이번 지정은 한인교회 한 곳의 역사 보존을 넘어 한인 이민사의 일부가 세계 감리교 역사 속 공식 기록으로 편입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2026년 하와이에서 전달된 공식 증서
이번 기념행사에서는 UMC 총회 역사보존위원회 관계자들이 직접 교회를 찾아 Heritage Landmark 공식 증서를 전달했다.
GCAH 코디네이터 로버트 리 목사를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은 교회가 이어온 역사와 기록을 보존하고 이를 다음 세대와 세계 감리교 공동체에 알리는 데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증서를 받은 한의준 담임목사는 123년 동안 이어져 온 교회의 역사가 교단 전체가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은 데 의미를 두면서, 앞으로도 교회가 가진 선교적 역할과 한인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에서도 이곳의 독립운동사적 가치에 주목해 왔다. 교회 측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 국가보훈부는 그리스도교회에 한인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독립운동 사적지’ 동판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한 장소가 미국 감리교 역사와 한국의 해외 독립운동사 양쪽에서 보존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남기는 일
이번 Heritage Landmark 지정에서 리본라인이 주목하는 지점은 하나의 종교시설이 받은 명예 자체만은 아니다.
이민의 역사는 거대한 국가정책이나 유명 인물의 기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낯선 나라에 도착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만났는지, 서로를 어떻게 도왔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고국의 소식을 어떻게 나눴는지와 같은 작은 기록들이 모여 한 공동체의 역사가 된다.
하와이 그리스도교회가 지켜온 123년의 공간 역시 그런 기록 가운데 하나다.
1903년 생존과 정착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했던 한인들의 작은 신앙공동체는 세대를 거치며 미주 한인사와 연결됐고, 그 흔적은 이제 특정 교회나 특정 교단만의 기억을 넘어 보존해야 할 역사유산으로 남게 됐다.
역사유산의 가치는 과거를 기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과 공동체가 남긴 기록을 다음 세대가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123년 전 하와이에 도착한 한인들의 이야기가 오늘 다시 기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어서 볼 뉴스
지금 읽은 기사의 지역과 분야를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