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치서에 없던 동아리 회원·의사, 별도 자수서 계기로 검사가 직접 수사
송치 사건과 구체적·개별적 관련성 인정 안 돼…유·무죄 아닌 공소절차 판단

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동아리 회원과 의사에게 내려진 공소기각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는 8월 13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와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건번호는 2026도6499다.
대법원은 검사가 법률이 허용한 수사개시 범위를 벗어났고, 이에 기초한 공소제기 절차도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경찰이 넘긴 사건에는 두 사람 범행 기재 없어
배씨는 2023년 2월부터 12월까지 동아리 관계자들로부터 필로폰 등을 구입해 투약하고 LSD와 MDMA를 수수·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액상대마를 흡연한 혐의도 받았다.
전문의인 이씨는 2023년 10월부터 11월까지 MDMA를 매수·투약하거나 소지하고 액상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당초 검찰에 송치한 것은 동아리 회장 염모씨 등 관련자들의 마약 사건 2건이었다. 당시 송치서에는 배씨와 이씨의 범행이나 이들이 송치 대상자들과 공범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수사검사는 송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다른 동아리원으로부터 배씨·이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받았다. 검사는 이를 토대로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범행을 인지한 뒤 직접 기소했다.
1심은 징역형 집행유예…2심은 공소기각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배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사의 수사개시와 공소제기 절차에 법률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은 배씨와 이씨의 혐의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아리원의 자수라는 별도의 수사 단서에서 시작됐다고 봤다.
또 같은 동아리에 속해 있었고 같은 종류의 마약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정만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구체적·개별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송치 사건과의 ‘직접 관련성’
이 사건 수사 당시 적용된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를 제한하면서,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범죄 중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항소심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피의자와 배씨·이씨 사이에 공범관계가 특정되지 않았고, 송치된 범죄사실에도 두 사람의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별도의 자수서를 통해 새롭게 확인된 사람들을 송치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직접 수사를 계속할 경우, 검사가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다.
항소심은 배씨와 이씨 사건이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된 사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예외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검사의 수사개시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했고, 해당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한 것도 같은 조 제2항에 어긋나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검사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공소기각은 무죄판결과 다르다
공소기각은 피고인의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는 유죄판결이나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무죄판결과 구분된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법원이 판결로 공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판결도 배씨와 이씨가 실제로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이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지를 최종 판단한 결과가 아니다.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아니다.
대법원이 판단한 대상은 검사가 두 사람의 범죄를 직접 수사할 권한이 있었는지와 그 수사검사가 제기한 공소가 적법했는지다. 두 사람에 대한 향후 재수사나 재기소 여부는 이번 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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