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2시간33분 만에 종결됐지만 휴대전화 신호는 12시간28분 더 이어져
당시 확인 가능했던 한림읍 CCTV 118대는 한 달 뒤 자동 삭제
경찰 예규는 ‘즉시 수색·지속 추적’ 규정…사태 뒤에야 팀장·과장 결재 의무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마지막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실종 104일 만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400m보다 먼저 들여다봐야 할 숫자는 ‘2시간33분’이다.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43분 장 씨를 찾아달라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같은 날 오후 9시16분 사건은 종결됐다. 신고부터 종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33분이다.
담당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고 안전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후 확인된 통신기록에서는 담당 경찰관과 장 씨 사이의 통화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 한 번의 종결 뒤 경찰의 수색은 멈췄다.
그리고 101일 뒤인 8월 24일,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이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다시 놓아보면 단순한 ‘부실수사’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나타난다.
- 5월 15일 18시43분 — 실종신고 접수
- 5월 15일 21시16분 — 신고 2시간33분 만에 사건 종결
- 5월 16일 09시44분 — 장 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 확인. 사건 종결 후 약 12시간28분이 지난 시점
- 6월 11~19일 — 한림읍 일대 공공 CCTV 118대의 실종 당시 영상이 30일 보존기간을 지나 순차적으로 자동 삭제
- 8월 19일 — 경찰이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
- 8월 24일 10시46분 —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농장에서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 발견
이 숫자를 연결하면 사건의 모습이 달라진다.
2시간33분 만에 사건은 닫혔지만,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까지 그 순간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사건이 닫힌 뒤에도 휴대전화는 12시간28분 더 신호를 남겼다
장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각은 신고 다음 날인 5월 16일 오전 9시44분이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 오후 9시16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2시간28분 뒤다.
이 사실만으로 당시 경찰이 장 씨의 정확한 위치를 즉시 특정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와 정밀 위치정보는 다르고, 성인 실종자에 대한 위치정보 확보에는 법적·기술적 제약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경찰이 사건을 끝냈을 때 장 씨와 관련해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완전히 끊긴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실종사건이 계속 유지됐다면 휴대전화 정보뿐 아니라 목격자 조사, 이동경로 확인, 주변 탐문과 CCTV 확보 등이 계속될 수 있었다.
현행 경찰청 예규도 바로 이런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경찰 예규에는 ‘사건을 빨리 닫으라’는 조항이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경찰청 예규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을 확인해 보면 일반 성인의 실종 신고는 이 규정상 ‘가출인’ 범주에서 처리된다.
제15조는 가출인 신고가 접수되면 정보시스템 자료를 조회하고 신고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발견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발견하지 못하면 실종아동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제16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경찰서장이 정보시스템 조회, 다른 자료와의 대조, 주변인물과의 연락 등을 통해 가출인을 발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8조의 내용은 더 직접적이다.
실종 또는 가출 신고를 접수한 발생지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 탐문·수색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경찰관서장이 수색의 실익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색을 생략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제19조에는 신고자·목격자 조사, 최종 목격지와 주거지 수색, 통신수사, 프로파일링시스템 조회 등을 통한 추적도 명시돼 있다.
즉 규정의 기본 방향은 명확하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계속 찾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 씨 사건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도 명확해진다.
오후 9시16분, 경찰은 장 씨를 실제로 ‘발견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인가.
그 판단의 객관적인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더 이상한 것은 ‘해제’ 규정이다
같은 예규 제8조는 실종아동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등록된 사건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도 정하고 있다.
성인 가출인의 경우 대표적인 해제 사유는 ‘소재를 발견한 경우’다. 허위·오인 신고이거나 보호자가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등도 별도로 규정돼 있다.
장 씨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장 씨와 연락해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하고 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도 장 씨 관련 자료를 해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뒤늦게 확보한 통신기록에서는 두 사람의 통화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 매뉴얼에는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고, 대면이 어려워 전화 등으로 확인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 절차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결 과정에서는 팀장과 과장 등 관리자가 담당자의 조치와 종결 사유를 점검하도록 한 내부 절차도 있었다.
종이 위의 안전장치는 하나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마지막 전산 단계에는 결정적인 틈이 있었다.
‘관리자가 확인한다’면서 시스템은 담당자 혼자 끝낼 수 있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4일 국회에서 현재 실종사건 시스템의 문제를 직접 인정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담당자가 실종사건을 직접 종결할 수 있었다.
팀장이나 과장이 업무를 점검하는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전산상 최종 해제 단계에서 관리자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강제 장치는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 뒤 경찰청이 내놓은 조치가 이를 역으로 보여준다.
경찰청은 실종사건 해제 요청이 들어오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시스템 개편 전까지는 전국 경찰관서에서 팀장과 과장의 수기 결재를 받은 뒤에만 실종사건을 종결하도록 지시했다.
새로운 수사기법이 추가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혼자 사건을 닫지 못하게 하는 절차’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실종사건에서 왜 이 장치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만들어졌을까.
118대의 CCTV가 있었지만 경찰이 요청했을 때 영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것은 수색 기회만이 아니었다.
장 씨가 실종된 한림읍 일대에는 당시 방범용 111대와 교통정보수집용 7대 등 공공 CCTV 118대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영상의 보존기간은 30일이었다.
실종 당시 영상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5월15일에는 모두 남아 있었다. 그러나 6월11일부터 19일까지 보존기간이 차례로 끝나면서 자동 삭제됐다.
경찰이 제주도에 해당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한 것은 8월19일이었다.
최초 신고로부터 96일 뒤, 모든 영상이 사라진 뒤 약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CCTV 118대에 장 씨의 모습이 반드시 찍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하다.
영상이 남아 있을 때 확인하는 것과, 영상이 사라진 뒤 확인하려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수사다.
초동수사가 늦어질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통신정보와 생활정보 확보는 어려워지고, CCTV 영상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실종수사에서 시간이 ‘증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숙소에서 400m…그러나 ‘그때 찾을 수 있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곳은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직선거리 약 400m, 걸어서 5~10분 정도의 야자수 농장 일대다.
이 거리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400m라는 숫자만으로 최초 수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반드시 장 씨를 발견했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농장 내부의 시야와 식생, 당시 장 씨의 이동 경로, 정확한 사망 시점 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발견된 시신 역시 DNA 감정 등을 거쳐 신원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은 부검과 감식을 통해 규명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확인돼야 할 책임은 ‘살릴 수 있었느냐’라는 가정이 아니다.
더 명확한 질문이 있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실제로 했는가.
298건을 모두 의심해서는 안 된다…그래서 ‘전수조사’가 중요하다
경찰은 장 씨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이 실종업무를 맡으며 처리한 298건의 실종사건을 전수점검하고 있다.
298건 모두가 허위 종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를 부풀려 공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98건 각각에서 실종자의 실제 안전이 어떤 방식으로 확인됐는지를 객관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일이다.
전화로 확인했다면 통화기록이 존재하는지, 대면했다면 확인자료가 있는지, 보호자 요청으로 해제했다면 요청 기록이 있는지, ‘소재 발견’으로 처리했다면 무엇을 근거로 소재를 확인했는지를 다시 대조할 필요가 있다.
이 전수조사의 결과는 한 경찰관의 비위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전국의 실종사건을 어떤 증거로 종결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장미란 사건에서 사라진 것은 104일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실종 104일 만의 발견’으로만 기억하면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신고를 접수한 뒤 사건을 닫기까지 2시간33분.
사건이 닫힌 뒤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까지 12시간28분.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공공 CCTV 118대.
경찰이 CCTV를 요청하기까지 96일.
그리고 추정 시신이 발견된 숙소와의 거리 약 400m.
이 다섯 숫자 사이에 경찰의 실종수사 시스템이 있다.
현행 규정에는 현장 수색도 있었고, 지속 추적도 있었고, 대면 확인 원칙도 있었고, 관리자 점검도 있었다.
그런데 한 담당자의 판단을 최종 단계에서 멈춰 세울 강제적인 전산 승인 장치가 없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팀장·과장 결재를 의무화했다.
그래서 장미란 씨 사건에서 가장 오래 남겨야 할 질문은 “왜 400m 앞을 찾지 못했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 한 명이 ‘연락됐다’고 입력했을 때, 왜 국가의 수색 전체가 멈출 수 있었나.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지역에서 접수되는 실종신고는, 정말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다시 닫힐 수 없게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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